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Leave The World Behind)

*이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서론

얼마 전 <시빌 워 : 분열의 시대>를 보고 무척 충격을 받았었다. 이건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몇십 년 후의 미래를 그대로 영화로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으로는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건 우리의 희망회로를 작동시킨 것뿐, 실제로는 '이 지구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정치적 분열의 마지막 모습은 무엇일까', '자본주의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일까' 등 우리 코앞까지 닥친 문제들에 대해서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시의성이 짙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역시 머지않아 이 지구상에 일어날 일들을 아주 노골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이럴 수도 있다' 가 아니라 우리가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절대 피할 수 없는 미래일 것이라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공통점일 것이다.  

 

2. 줄거리

한 가족이 아주 비싸 보이는 임대 주택으로 휴가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연이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거대한 유조선이 해변을 덮치는 부분까지 보면 '아, 이 영화는 재난 영화'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점점 휴가 갔다가 재난을 당하는 정도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고 각각 '빌라', '변곡선', '굉음', '홍수', '마지막 날'의 타이틀로 전개된다. 유조선이 해변을 덮치고, 정전이 발생하고, 거대한 드론이 시뻘건 종이를 뿌려대고, 비행기는 해변에 추락해 있고, 자율주행을 하던 테슬라가 한 곳으로 모두 모여서 계속 충돌한다. 이 모든 기이한 일들은 해킹으로 발생한 일들이고 영화 속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이 해킹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3. 반미(Anti-American)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해킹이라는 수단으로 일어나고 그 대상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즉, 그 동안 전 세계에 많은 적들을 양산해 온 미국이라는 나라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가 뿌려지고 영화 대사에는 이 해킹을 일으킨 나라가 중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한국 중 한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이 나라들은 하나같이 미국이라는 나라와 극단의 대척점에 있는 나라이다. 그냥 'KOREA'라고 나오지만 문맥상 북한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나라들의 또 하나 공통점은 이런 사건들을 '해킹'이라는 도구로 일으킬 수 있을만한 충분한 기술력을 가진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왕따를 넘어 적개심이 극에 달한 한 국가가 제2의 9.11 테러 같은 이러한 사이버 테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4. 마지막 날

숲속에서 진드기에 물려 생니가 빠지는 라임병에 걸리게 된 아들의 약을 구하기 위해 근처에 사는 대니라는 사람의 집으로 가게 된다. 대니는 총을 들고 나타나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며 굉장히 적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은 <시빌 워>에서 총을 들이대고 어디 출신이냐고 묻던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지하 벙커도 충분히 현실 세계에 있음 직한 설정이다. 돈 많은 사람들은 어떤 목적으로든 마지막까지 자신과 가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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